PREVIOUS EXHIBITIONS/지난 전시
오정민 개인전
'SWALLOWED BY THE NIGHT'
2021.8.14.~2021.8.28.

Swallowed by the night
인간의 생리학적 변화를 이루는 몸을 사유한다. 개인적으로 몸이 아팠던 경험을 통해 몸에서 보내는 경미한 신호들이 어떻게 생성되고 소멸되는지 상상하게 되었고, 이는 몸 속의 현상이 일어나는 시간을 추적하며 평면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한다. 추적하고자 하는 상황이 완결된 상태로 제시된 첫 번째 회화는 트레이싱지와 먹지를 이용해 가늘고 깊어진 시간의 상태로 두 번째 회화에 옮겨지고, 이와 같이 반복되는 행위는 한 화면에 고스란히 기록된다. 이처럼 변화를 이루게 한 근원을 쫓아가는 행위를 캔버스에 남기며, 이는 일종의 다차원적인 지도를 만드는 일이 된다.
<Swallowed by the night>는 밤의 시간대에 몸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에 대한 탐색으로부터 출발한다. 눈꺼풀의 무거움, 하품, 사고의 흐름 등과 같이 생리학적 변화로 파생되는 현상의 원인을 쫓으며,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시공간으로 가는 길을 제안한다. 이렇게 모두에게 고요했던 밤의 미세한 틈을 들여다봄으로써 무영의 존재들을 상기시킨다.
뭉글하고 동그란 꼭짓점들은 나를 끌어당긴다. 내가 지나온 960분의 시간은 헤아릴 수 없는 깊은 줄이다. 아득한 밤이 되면 줄들은 찬란한 빛을 내며 몸을 일으킨다. 촘촘한 털 사이를 헤집고, 비집고, 내가 만든 수많은 옹이를 마주하며 기억의 삭제로 향한다. 비좁게 줄 지어있는 수용체들의 머리털로 뒤덮이기 전, 세찬 바람과 함께 너의 하루를 지운다. 바람이 지나간 산란한 틈새로 자성처럼 이끌리는 꼭짓점을 향해서 걷고 또 걷는다.
역행된 시간의 지층은 점차 가늘고 깊어진다. 밤이라는 시간을 집어삼키는 멜라토닌의 서식지를 향해 수 억 개에 달하는 수용체를 흔들어 보며, 보이지 않는 경계를 횡단하며, 수많은 붓질의 자취가 남겨진 지도는 시선의 변곡점을 야기하며 계속해서 과거로 이동한다. 얕은 피부 결에서 시작된 흔들림 속에서 두터운 울림까지 이루는 시간의 터널 속을 파헤쳐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