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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EVIOUS EXHIBITIONS

 

《삼 칠 오 일 3 7 5 1 》

   2023.11.15.(WED)- 2023.12.17.(SUN)

 


박희정, 변은우, 서이람, 석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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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 CHIL OH IL 3 7 5 1

:Three Sven Five One

2023.11.15.(WED)- 2023.12.17.(SUN)

 

Hee-Jung Park,  Eunwoo Byun,  Iram Seo,  Jisu 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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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1번지로 가

 

가을의 쓸쓸함과 겨울의 설레임이 공존하는 11월, 왕십리 3751번지 작업실의 작가들이 그곳에서 온기의 애틋함을 전하고자 전시를 기획하였다.

 

이번 전시 타이틀인 ‘삼칠오일’은 그들이 지금 작업하고 있는 작업실의 주소 번지수이다. 그들 중 한 명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고, 한 명은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이다. 또 다른 한 명은 유학을 준비하고 있고, 또 다른 한 명은 미술대학원을 다니는 학생이다. 각자의 삶의 방식과 처한 현실은 다르지만, ‘삼칠오일’에서는 모두 오롯이 작가이길 갈망한다.

 

그리고 그 간절함으로 만난 우연은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 작품을 선보이는 선물이 되었다.

 

녹록치 않은 현실과 고단한 삶 속에서 무엇이 그토록 간절했기에, 그들은 작업실로 걸음을 하는 것일까? 그들에게 작업실은 삶의 의미를 찾는 곳이고, 곧 그들의 정체성이자, 실존 그 자체다. 그들은 각자가 처한 현실 속에서 부유하는 자아를 자기만의 고유한 언어로 풀어낼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 필연적 존재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랩 걸 중에서...)

 

 

‘삼칠오일’에 모인 그들은 위험을 감수한 뿌리를 내리려고 한다. 온전한 뿌리하나를 내리고 나면 회생을 거듭하고도 울창한 숲을 만들 수 있듯이. ‘삼칠오일’에서 그들은 대담한 씨앗의 오랜 기다림을 기어이 받 아들이고 숲을 이루길 소망한다.

 

- 박희정 <참여작가>

 

 

 

■ 박희정

 

어릴 적, 다락방에 엎드려 해가 질 때까지 그림을 그리다 노을이 지는 시간에, 빨갛게 물든 창문을 바라보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한참을 자고 일어나 보니, 지금의 내가 된 것 같이 유년시절의 기억은 아직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살면서 가장 강렬했던 기억의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위에서 언급한 아주 어릴 적 유년시절일 것이다. 작업의 시작은 ‘회한’이란 감정으로부터 시작된다. 과거의 실수들 미숙함들 죄책감들이 한꺼번에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리고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느 날, 어린아이는 노을로 물든 다락방에서 해질 때까지 그림을 그리다가 잠이 든다. 그리고 꿈을 꾼다.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꿈속 여행은 어떨까?, 그다음 이야기를 상상하며 작업이 시작된다.

 

작품에 나오는 이미지들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들이고 풍경들이다. 자연과 어우러지고 자연의 질서에 대해 상징적으로 표현한 부분도 있다.

 

이미지와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흥미롭고 또 다른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시간의 숲을 걸으며 여행을 하듯 경험에서 얻어지는 이미지들이 수없이 레이어드 되는 과정을 통해 무한의 공간에 놓여 있게 된다.

 

작품에서 그려지는 시간과 공간은 과거와 현재의 내가 만나는 순간일 것이고, 과거가 미래가 되는 순간일 것이다.

 

■ 변은우

 

불안과 기대와 걱정과 흥분이 점철되어 만들어지는 꿈의 세계. 눈을 감고 가슴 깊숙이 스며드는 호흡을 지속하다 보면 어느새 나의 의식은 아득히 멀어지고 무의식 속을 영유한다. 그 어떤 제약도 없이 너무도 간단히 현실의 허들을 뛰어넘는다.

 

나는 종종 꿈과, 꿈같은 과거의 기억들을 혼동했다. 잊고 싶지 않았던 시간과 잊어버린 시간의 틈 사이에서 툭툭 모래알이 튀기듯 문득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었다. 개 중에는 완전히 망각했던 일이나, 당시의 나에겐 너무도 강렬했던 것들도 있었다. 모두 시간이 지나며 흐려지고 무뎌져 머릿속 깊은 곳 어딘가에 숨어있다. 별다른 계기도 없이 상기되었다.

 

꿈을 꿀 때의 나는 늘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특별한 장면을 보고 있다고 확신하지만, 눈을 뜨면 이상하리만치 익숙할 때가 많다. 느리게 뛰는 심장의 박동이나, 그 속에서 느꼈던 이름 모를 동물의 털의 감촉이나, 잠깐 사이에 잊어버린 사람의 얼굴이나. 꿈을 꾼 시간은 전체 수면시간의 고작 삼분의 일, 아니 어쩌면 삼십 분의 일도 되지 않을 텐데도 나에겐 현실만큼 꿈의 시간이 섬세했고, 선명했고, 때론 날카로웠다.

 

꿈이 자주 나를 몰아세워도, 더는 만날 수 없는 그리운 이와의 재회나 갈 수 없는 곳에 마음껏 닿을 수 있는 이 세계가 사랑스러워서, 나는 기록하기 시작했다. 꿈에서 깨자마자 느낀 감정들이 날아가지 않도록 빼곡히 일기를 작성했다. 잠결에 두서없이 적힌 문장들을 그림으로 옮기며, 그 안의 생명체들을 아껴가며 그렸다. 그곳은 도피처였다. 불편하고 뻐근한 나만의 도피처.

 

■ 석지수

 

일상 세계 내의 이미지들을 포착한다는 것은 본인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다. 어떤 대상에 시선이 머문다는 것은 공간에서 느끼는 감정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주 사소한 사물에서도 새로움과 새로운 감각을 느낀다.

 

‘사과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통하여 뉴턴이 인식한 세계는 중력이다. 이처럼 일상적이고 사소한 사실로부터 본질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 본인의 작업 의도이다. 사소함, 평범함, 일상적인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나’의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대상을 찾고 그리는 것은 끊임없는 감정 변화와 사유물을 통하여 결국 ‘나’의 얼굴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이것은 곧 본인의 자화상이 될 수 있다.

 

■ 서이람

 

나는 스스로 정체되었음을 실감한다. 그리고 시간은 앞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 내 영혼이 떠돈다. 마치 유령처럼 헤맨다. 이 자의적이고도 타의적인 여행은 순식간에 일상에서 외딴 심상의 풍경으로 나를 가둔다. 나는 흐르되 고이게 되어 혼란할 뿐이다. 한때 이 정처 없음이 두렵고 막연해 오히려 타오를 때도 있었지만 이 만성적인 고립은 이제 너무 즐겁지도 너무 슬프지도 않다.

ㆍ Going to 3751

 

In November, when the loneliness of autumn and the excitement of winter coexist, the artists at the studio at 3751 Wangsimni Street planned an exhibition to convey the affection of warmth there. The title of this exhibition, ‘Sam chil Oh il’, is the street address of the studio where they are currently working. One of them is a teacher who teaches students, and one is a mother who raises children. Another is preparing to study abroad, and the other is a student attending an art graduate school. Although each person’s lifestyle and reality are different, in ‘Sam chil Oh il’, everyone longs to be a writer. And the coincidence that I met through that earnestness became a strong steppingstone and a gift to showcase my work. What was it that they were so desperate for in this difficult reality and difficult life that made them walk to the studio? For them, the studio is a place where they find the meaning of life, and it is their identity and existence itself. They will express the ego floating in the reality they each face in their own unique language.

 

(…)

 

- Hee-Jung  Park  [One of the Participating Art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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